할인마트에서 파는 초저가 망원경은 무용지물인가.
2005/03/07 17:16 / AstroFie
요즘 계절이 계절인 만큼 초보분들의 질문이 부쩍 늘고 있는 가운데, 할인점에서 팔고 있는 소구경 굴절망원경의 성능여부를 물어보는 질문이 많이 올라오더군요.
답부터 말씀드리죠. 일용지물입니다.
여기서의 일용은 망원경의 원리 이해입니다.
제 어렸을 적 기억인데, 당시 중학교 1학년때 미래에 천체물리학자가 되어보겠다는 일념으로 굴절망원경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로는 아크로매트 렌즈조차도 구하기 어려운 시절인지라, 파란 청유리로 만든 단렌즈로 초점거리 1000mm 짜리 굴정망원경을 만들었습니다.
성능이요? 한마디로 한심했죠. 워낙이 색수차가 심했기 때문에 이를 억누르기 위해 구경의 50%나 가리는 배플을 만들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당근 경통은 주택건설현장에서 나뒹구는 빗물받이 PVC 파이프… 접안부는 종이로 만든 튜브에 쌍안경의 접안부를 빼서 테이프로 칭칭감아서 사용했지요. 덕분에 이것 만드느라고 형이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 물리교과서와 지구과학 교과서를 통달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점에서 만약 광학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싶으시다면 싸구려 망원경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망가져도 별 가슴 아프지도 않을테고…
근데 천체를 제대로 보겠다는 마음이라면 일치감치 포기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어린친구들의 경우 인터넷의 발달로 워낙히 훌륭한 천체사진을 가뜩이나 많이 접했을 텐데, 그 망원경으로 달을 본다해도 실망이 너무 클테니까요.
그 돈은 가능하면 저축하시기 바라며 50만원 정도 모으면 쓸만한 중고 망원경을 한번 도전해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