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게임사들의 실적과 주가를 보고자 하면 같은 산업내에서도 채널이 PC와 모바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리도 다른 길을 보여주는걸까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그래도 결국은 “콘테츠의 질”이다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마저 최후의 보루라던 블소의 실적부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이건 정말 대세가 바뀐걸까”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던중 오늘 귀가길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놓았던 팟캐스트 “빨간책방” 업데이트에서 너무나도 속 시원한 진단을 찾아내고 말았다.

그동안 영화평론가 이동진씨와 김중혁작가가 이끌어오던 포맷에 만화가 강풀 작가와 윤태호 작가가 초대되어 웹툰시장이 한국 만화콘텐츠시장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그야말로 살아숨쉬는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었던 것이다.

 

요약해보면 인터넷이 보급되기전 만화의 주된 유통채널은 소위 “만화방”, 즉 만화대본소였고 이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서만이 작가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었으니, 당연히 작가들도 “만화책”이라는 미디어포맷에 기초하여 만화를 그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모든걸 바꾸어 놓았다. “페이지” 단위로 제한된 공간의 “turn” 방식에서 “모니터 화면의 연속적인 스크롤” 방식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만화를 보는 방식 뿐만 아니라 만화를 그리는 방법까지도 통째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웹툰으로 성공한 만화를 단행본책으로 발간한다거나 반대로 단행본 만화를 웹툰으로 바꾸는 작업은 원작이 주는 감동의 오리지날리티를 유지하기 여간 힘든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웹툰은 이러한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서 뿐만 아니라 만화작가들의 등단 시스템을 출판사가 아닌 self publishing형태로 바꾸게 됨에 따라 수많은 작가지망생들이 자유의지에 따라 독자들과 접촉하게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왜 작가들은 만화대본소의 만화책에서 PC를 매체로 하는 인터넷 공간을 택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더이상 독자들이 대본소의 좁은 공간이 아닌 “PC방”을 문화콘텐츠의 소비장소로 바꾸어 버렸기 때문이다. 즉, “바꾼게” 아니라 “따라간”것이라는 말이다. 만화를 인터넷 공간에 걸어 놓지 않으면 더이상 만화를 소비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좀더 낮은 비용으로 보다 자유롭게 독자들과 접촉할 수 있다라는 “장점”이 작가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동인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실제 작가들에게 “돈”이 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인터넷과 컴퓨터의 속성상 저작권을 보호받기 너무나 어려운데다가 특히 블러그나 개인홈페이지를 통한 퍼블리싱 시스템은 그야말로 Monetizing 이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웹툰이 대세인 지금에 있어서도 여전히 작가들은 포탈로부터의 작가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물론 완간본의 경우 유료화서비스가 도입되어 좀더 안정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는 있다.) 오히려 웹툰으로 인해 양산된 폭넓은 작가층과 작품들을 감안한다면 전체적인 경제성은 더 어려워졌다는게 두작가들의 평가이다. 따라서 어찌보면 강풀 작가와 윤태호 작가는 이렇게 변화된 시장환경에 매우 빠르게 (사실은 선구자가 되어) 적응했기 때문에 현재의 스타작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두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시스템으로만 치부하기에는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

 

그런데, 이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바로 게임산업에 있어서 기존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의 전환 과정이 바로 동일한 경로를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PC온라인, 특히 MMORPG나 FPS 게임들은 PC라고 하는 매체를 통해 개발사와 유저들이 만나게 되었고 그렇다 보니 개발사들은 PC에 적합한 UX와 퀄리티를 바탕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었다. 허나 문제는 모바일디바이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기기는 기존 PC와는 다른 UX와 무게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여기에 카톡 등 모바일 중심의 Social Graph는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게임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이렇다보니 마치 만화독자가 더이상 대본소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지 않듯이 게임유저들도 더이상 PC모니터앞에 앉아있지 않게되고 결국은 그들이 옮겨간 모바일기기의 디스플레이에 포커싱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환경변화는 게임개발자에게 있어서도 Open Market이라고 하는 완전히 다른 시장구조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과거 만화대본소라는 closed 마켓시스템에서 웹공간이라는 오픈시스템으로의 전환 과정과 매우 닮아 있다. 심지어 이러한 오픈마켓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보다 많은 개발자들이 유저들과 만나는 기회를 마련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바일게임수를 감안해 볼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게임의 수와 수명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현재 웹툰시장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면 모바일게임시장의 미래는 웹툰시장의 현재인가… 그건 아닐것이다, 무엇보다 부분유료화, 아이템거래 등과 같은 게임만이 가지는 monetizing시스템은 현재로서는 웹툰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반대로 성공한 웹툰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충성도 및 Sequel 이나 차기작 성공 가능성은 모바일게임에서 기대하기 쉽지 않은 요소이다. (이점은 오히려 PC온라인이 웹툰을 닯아 있는 것 같다)

 

허나 좀더 넓은 관점에서 게임기업의 성장모델을 감안하여 본다면, 결국 “대형화”가 답이 될것이라는 것과 여전히 만드는 사람보다는 삥뜯는 퍼블리셔가 장땡이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웹툰과 모바일게임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찌되었건 콘텐츠는 유저(독자)를 따라가는게 순리이고, 아무리 채널이 바뀐다고 해도 잘만든 콘텐츠를 비트할 수 있는 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이시장의 순리일것이다. 하지만 명심하자, 내가 콘텐츠를 만들어 유저들에게 던졌을 때 최소한 유저들이 그 앞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 이건 PC가 되었던 스마트폰이 되었건 변하지 않는 진리일 것이다. 정신 빠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