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초점 굴절망원경 자작기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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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4/10 16:15

자작기 2회가 올라간지 거의 1년이 다되어 가도록 자작기를 완료하지 못한 대에는 몇가지 사유가 있습니다.

첫째, 본인의 게으름입니다. 업무에 찌들기도 했거나와 한참동안 이런 투에 글을 안쓰다 보니 선뜻 자판이 눌러지지 않아서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 사실은 귀챠니즘의 발로였습니다. 둘째, 다 만들기는 다 만들었는데, 도통 테스트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구입할 때부터 워낙 출신성분을 알 수가 없었던 렌즈였는지라, 혹시 다 만들어 놓고 성능이 꽝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성능을 확인 후 글을 완성해야 했습니다. 셋째, 나이먹어서(?) 그런지 하도 오래되니까(?), 제작당시 기억이 자구 가물가물해서 쓰기가 어려워집니다.

첫째 문제는 초인적인 불굴의 정신으로 극복했고, 두 번째는 2005년말경 동호회 관측회를 통해 확인이 가능했으며 세 번째는 PC 이곳저곳에 널부려져 있는 제작당시의 자료들이나 메모들을 찾아내서 기억의 부족함을 그럭저럭 매꾸었습니다.

지난번이 경통소재에 관한 이야기로 끝났으니까, 다시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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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경통부의 길이만 해도 1000mm가 넘기 때문에 운반의 편의를 위해 2단 연결식으로 제작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박용석 사장님은 안양에서 금속가공공장을 운영하고 계시며 한때 외산 제품에 대항할 국산명품이었던 마이다스 제작자이시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경통제작의 정밀도와 신뢰성은 더할나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경통의 무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3t 짜리 파이프를 쳐내서 2t로 만들었습니다. 두랄루민이라 그런지 2t 임에도 상당히 튼튼했습니다. 다음으로 고려할 부분은 각 파트를 연결하는 연결부의 작업입니다.

다음으로 경통에 대한 정밀한 도면을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이거 만드느라고 1:1 축적의 설계도를 컴퓨터로 그리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CAD를 쓸 능력이 안되서(지금은 웬만큼 마스터 했습니다) 엑셀에 광로를 그리고 도형그리기로 파트 하나하나를 레고블럭처럼 객체로 그려 나갔는데, 나중에 수정시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일단 경통에 대한 설계를 수차례 수정하여 1차 가공이 완료되어서 경통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설계에 대한 전달실수로 설계보다 50mm 정도 경통이 길게 나와버렸더군요. 할수 없이 재 가공을 의뢰해서 제대로된 경통을 받았습니다.

완성된 경통은 2차가공시 생긴 기스를 빼고는 상당히 미끈합니다. 크게 7개의 파트로 렌즈부, 렌즈부연결구, 경통1, 경통연결구, 경통2, 접안연결부, 접안부로 나뉩니다. 경통과 각각의 연결구는 나사산작업을 해서 연결토록 하였으며 나사산이 뭉게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각 연결구는 하드 흑색 아노다이징 처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쓰다보니까 경통 나사산에도 아노다이징 처리를 할걸…하는 후회가 갑니다. 자꾸 서걱서걱거리면서 연결하기도 힘들고 알미늄가루가 뭍어 나오더군요.

내부는 처음에 식모지를 3M락카로 고정시켰는데, 싸구려 식모지를 써서 그런지 절단부에서 보푸라기가 계속 발생하고 경통내부가 좁아서 작업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무광흑색락카(일신이 최고)로 깔끔히 처리하였고 시간날때마다 배플로 사용할 플라스틱 판을 오려내고 있습니다. 이거하면서 배플설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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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는 아직까지 특별한 처리를 안했는데, 조만간에 분체도장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뽀대는 누드가 좋은데 아무래도 촉감도 거칠고, 기스에 너무 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겨울에 만져보면 촉감이 영 아니올시다입니다.(뽀드득~~소름 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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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안부와 접안부연결구는 나사산이 아니고 나사로 고정토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딱맞게 가공이 되어서 집어넣고 약간만 조여도 절대로 빠질일이 없더군요. 접안부는 앞에서 선보인 바 있는 중국제 크라이포드 포커서입니다. 마무리는 조금 허접하지만 사용해보니 이미지 쉬프트도 거의 없고 매우 부드럽습니다. 반사 자작에 써먹을려고 하나 더 구입해 두었습니다. (최근 GS에서 더 좋은 포커서가 나왔다고 합니다. 감속기어를 채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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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파트간의 연결구는 아주 튼튼하게 작용해서 왠만한 충격에도 광축이 틀어질 위험이 없어 보였습니다. 실제로 경통을 3번 정도 넘어뜨린 적이 있는데, 광축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습니다. 박사장님의 마무리가 정말 꼼꼼하시더군요.

파트를 모두 연결하고 정립미러를 끼우면 전체 광로가 딱 떨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설계했던 대로 정확히 광축도 맞았고, 초점도 떨어져서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렌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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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언급했던 Antares Research Grade 105/1200mm 렌즈를 장착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엷은 청색 코팅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MgF2 코팅으로 사료됩니다. Air Spaced 설계이고 공극은 얇은 알루미늄 포일로 띠워져 있습니다. 셀디자인은 Adjustable 디자인으로 3개의 광축조절나사로 광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그림(추후 올립니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통과의 연결부로 갈수록 좁아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제 렌즈 직경은 105mm이나 셀디자인으로 인해 유효구경은 100mm입니다. 착탈식(말이 좋아 그렇고 그냥 씌웠다, 뺏다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의 후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판매회사말로는 Skywatcher사의 4인치 굴절 셀을 그냥 가져와 사용한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 경통밴드

제일 고생이 많았던 부품이자 결국은 허탈해진 부품입니다. 처음에는 당근 기성품을 구하면 되겠지 했는데, 알고 봤더니 통상 말하는 4인치 밴드는 전부 내경이 114mm 더군요. 굳이 구할려면 신타 등 중국제에 쓰는 물건을 구해야하는데, 이건 별도구입이 안되는 제품이었습니다. 거의 2~3주를 기다려보다가 포기하고 자작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두꺼운 알미늄 판재를 절곡해서 만들까 생각했는데, 경첩이 보기 싫어서 판재를 링모양으로 따내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밴드설계는 마쳤는데, 이걸 가공해주는 집이 별로 없었습니다. 머신가공이나 워터젯은 너무 비싸고 그나마 제일 싼게 레이저 가공인데 레이저는 알루미늄을 5mm이상 가공할 수 없다더군요. 최소한 10mm정도는 되어야 힘을 받을 텐데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레이저집 아저씨와 고민해서 5mm짜리를 2개씩 만들어서 붙여쓰기로 하고 가공에 들어갔습니다.

이것 하면서 느낀건데, 두꺼운 자재의 레이저가공은 별로 권장할 만한게 아니더군요. 앏은 판재는 상당히 깔끔하게 절삭되는데 두꺼운 재료는 상당히 거칠거칠합니다.

레이저는 2차원가공만 가능하고 10mm 이하의 구멍은 가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결나사구멍은 어쩔 수 없이 제가 모두 수작업으로 뚫어야 했습니다. 밴드가 두개이고 위아래로 2개, 두 개씩 붙이니까 총 8개에 개당 7개의 구멍을 뚫으니까 무려 56개! 일좀 쉽게 할려고 테이프로 두개씩 붙여놓고 뚫어도 24개를 뚫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진짜 하루 왠 종일 구멍만 뚫었습니다. 다 뚫고 나니까 손은 얼얼하고 어깨는 결리고, 눈은 침침하고…

상당히 거칠고, 투박하며 연결할 때도 불편함이 많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가대에 올려보니 그런대로 튼튼하게 경통은 잡아주더군요.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항상 만들어 놓고 후회하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 듯 합니다. 그런데…오 마이 갓! 이거 가공 끝나고 나서 모망원경점에서 경통에 맞는 밴드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연락이 와버린 것입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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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사실 렌즈구입하면서 “이거 사기당하는거 아닌가”, “장초점이라지만 아크로매트인데…”하고 고민 많이 했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짤막짤막한 사용기만이 있었고, 혹시 싸구려 중국제를 속이고 파는게 아닌가 우려도 되고…

다행히도 테스트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XQ-8과 비교했을 때 월면상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초점이 맞지 않았을 때는 색수차가 조금 보이다가 정확히 초점이 맞으면 색수차가 완전히 사라지고 상당히 콘트라스트가 높으면서도 안정적인 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집 발코니에서 확인한 목성상은 XQ-8보다 매우 똘똘한 상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굴절식이라 그런지 울렁임이 훨씬 적어서 안정적으로 관측이 가능하더군요. 좀더 자세한 테스트를 위해서는 5mm 정도의 짧고 아이릴리프가 긴 아이피스를 구해봐야 할 것 같아 펜탁스 5mm를 구해서 천망동 관측회 때 토성상으로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허걱! 이렇게 똘똘할 수가! ’라고 외칠려고 했는데, 좋은 망원경을 통해서 토성상을 본지가 별로 없어 숨죽이고 기다리던 차에, 천망동 방장님이 보시고는 ‘장초점 아크로에 대한 그간의 편견을 버려야겠습니다“라는 말을 듣자 베시시 기쁨의 미소나 베어 나왔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경통설계시 정립미러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길이를 결정하다보니 바로우를 쓰기가 어정쩡한 길이여서 고배율 테스트를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포커서를 완전히 당기고 바로우를 연결하면 보이기는 하는데, 영 자세가 안나와서 거의 눕다시피 해야 합니다.

또 초장초점이다 보니 피어가 너무 절실합니다. 경통이 가볍다보니까 중심축이 중간 위족에 위치하게 되고, 이 상태로는 고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자꾸 삼각대에 걸리고 좁은 베란다 같은 경우는 삼각대 위치가 제한적이어서 돌리기조차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리고 삼각대를 다 빼고 올려도 쪼그려 관측을 해야 합니다. 피어 자작이나 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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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4인치 장초점 굴절 자작기를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도움을 주신 천망동 회장님, 방장님, 장용님 그리고 경통가공을 도와주신 박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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